웹소설계에서 독특한 감성과 서사로 주목받는 손희준 작가의 대표작 유레카는 2024년 들어 다시 한번 독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본 글에서는 작품의 줄거리와 등장인물, 그리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손희준만의 세계관 구성
손희준 작가의 유레카는 표면적으로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SF소설이지만, 그 내면에는 인간 존재와 기억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겨 있다. 이야기는 ‘기억을 데이터화하여 조작할 수 있다’는 기술적 설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하진은 실종된 동생의 흔적을 좇는 과정에서 ‘유레카’라는 이름의 기억 조작 시스템을 접하게 되고, 점차 자신의 과거 기억조차 진실인지 의심하게 된다. 이 작품의 세계관은 단순한 미래 배경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회는 기억 기술을 통해 범죄를 제어하고, 개인의 정체성마저 제도화하려 한다. 기억의 객관화는 곧 인간의 주관을 지우는 작업이며, 이로 인해 등장인물들은 깊은 내적 혼란을 겪는다. 기술이 인간의 감정과 기억에 개입할 수 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손희준은 이 복잡한 문제를 날카롭게 제기한다. 하진은 단순히 동생을 찾는 소년이 아니다. 그는 진실과 거짓, 현실과 기억의 경계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그의 여정은 SF적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심리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으로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기억 삭제와 조작의 진실은 독자에게 큰 충격을 안긴다. 유레카는 스릴러적 긴장감 속에서도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손희준 특유의 입체적 서사가 잘 드러나는 대표작이다.
등장인물의 감정선과 성장
유레카의 중심에는 단지 기술적 배경만이 아닌, 인물 간의 감정선이 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주인공 하진은 외형상 평범한 청소년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죄책감과 트라우마가 자리한다. 어린 시절 동생을 지켜주지 못한 기억은 하진의 전 생애를 지배하며, 그는 유레카 시스템을 통해 그 기억을 복원하고자 한다. 하지만 되찾은 기억은 오히려 그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린다. 하진은 자신이 알고 있던 동생의 모습조차 사실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반면 연서라는 인물은 시스템의 창조자이자 피해자로 등장한다. 그녀는 유레카 기술을 통해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 기술이 오히려 인간성을 훼손하는 도구가 되었음을 후회한다. 연서는 극 중에서 하진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성 회복의 여정을 겪는다. 연서는 단순히 ‘조력자’나 ‘반성하는 과학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상처와 윤리적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잡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또한 조연 캐릭터들도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하진의 친구인 ‘세율’은 기술과 윤리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반면, 시스템 내부 고위 관계자인 ‘장도윤’은 인간의 감정보다 사회 통제를 우선시한다. 이처럼 각 인물은 뚜렷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 간의 충돌은 작품의 갈등 구조를 더욱 밀도 있게 만든다. 유레카는 단순히 주인공의 여정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인물군을 통해 다층적인 드라마를 구성한다.
메시지와 작품 의도
2024년에 다시 유레카가 조명받는 데는 사회적, 기술적 배경이 뒷받침된다. 현재 우리는 AI, 디지털 기억 보존, 뇌 신경 인터페이스 같은 기술의 발전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인간의 정체성과 사생활이 점점 위협받고 있다. 이런 현실은 *유레카*의 중심 주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손희준은 이 소설을 통해 ‘기억은 누구의 소유인가?’, ‘인간의 본질은 무엇으로 정의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특히 작품에서 묘사되는 기억 삭제 장면이나 조작된 과거의 재현은 오늘날 ‘딥페이크’와 ‘기억 조작’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그대로 투영한다. 기술은 진보했지만, 인간의 윤리 의식은 그만큼 성장했는가? 손희준은 기술의 방향성보다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도덕성을 더 중요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SF장르의 전형에서 벗어나 문학적 깊이를 만들어낸다. 또한 이 작품은 감정적으로도 깊은 울림을 준다. 하진과 연서의 선택, 고통, 화해는 독자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상상력이 아닌, 인간 중심적 서사로서 작품을 완성시키는 요소다. 이 때문에 유레카는 SF 팬뿐 아니라 문학 독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며, 시대를 넘어 회자되는 작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손희준 작가의 유레카는 단순한 SF소설이 아니다. 기억과 정체성, 기술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이 작품은 지금 다시 읽어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탄탄한 스토리, 설득력 있는 인물, 시의성 있는 주제를 통해, 이 소설은 단순한 재미를 넘은 ‘질문하는 작품’으로 독자에게 남는다. 지금이야말로 유레카를 다시 펼쳐볼 때다.